윤여동설 - 선덕여왕(덕만)과 천명공주는 진짜 쌍둥이였을까?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 월아천
요즈음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선덕여왕과 천명공주가 진짜 쌍둥이였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드라마에 쌍둥이로 그려졌기 때문에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지 아닌지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드라마는 화랑세기 필사본의 내용을 중심으로 제작되는 듯한데, 사실 화랑세기 어디에도 이들이 쌍둥이였다는 기록은 없고, 또 신라왕실에 쌍둥이가 태어나면 나라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이 전해지고 있었다는 기록 또한 없으며, 더구나 덕만이 멀리 사막지역에서 살다가 돌아왔다는 기록 또한 없다.
모두가 극중 재미를 위해 픽션을 가미한 것이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는,
“선덕여왕이 왕위에 오르니 그의 이름은 덕만이요, 진평왕의 장녀이다. 어머니는 마야부인 김씨이다. 덕만은 성품이 너그럽고 인자하며 명민했다. 진평왕이 죽고 아들이 없으므로 나라 사람들이 덕만을 왕위에 올려 세우고 칭호를 올려 성조황고라고 했다” 라고 기록되어 있어 선덕여왕이 진평왕의 맏딸로 기록되어 있으나 화랑세기에는 천명공주가 맏딸이었고, 덕만공주가 둘째 딸로 나타난다.
따라서 누가 언니이고 누가 동생인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화랑세기에 의하면 진평왕이 다음 왕위를 덕만공주(선덕여왕)에게 물려주기 위하여 장녀인 천명공주에게 장녀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명령하였고, 천명이 그에 순순히 응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덕만과 천명은 나중에 같은 두 사람을 남편으로 가지게 된다.
즉 천명이 먼저 5촌 당숙부인 진지왕의 장남 용수에게 시집을 가게 되는데, 몇 년 후 진평왕의 명령으로 용수와 덕만이 혼인하게 되자 용수는 부인인 천명과 아들 춘추를 자신의 동생인 용춘에게 주고 입궁하게 된다.
그리하여 천명은 용춘의 부인이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때 천명이 용춘에게 말하기를 사실 자기는 원래 용춘을 좋아했었는데, 어머니인 마야왕후가 자기가 용수를 좋아하는 줄 알고 용수에게 시집보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용춘을 좋아한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될 것을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용수에게 시집가는 천명이나 딸의 마음을 잘못 짚어 엉뚱한 사람에게 시집보내는 그 어머니나 참 웃기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 위와 같은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태종무열왕 김춘추에 대해서 삼국사기에 “진지왕의 아들 이찬 용춘(또는 용수라고도 한다)의 아들이다. 어머니는 천명부인이다” 라고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덕만공주가 용수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얻지 못하고, 용춘을 좋아하는 듯하자 용수는 또 덕만과 용춘이 혼인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물러나게 되어 용춘이 다시 선덕여왕의 남편 역할을 하다가 역시 아이가 없자 용춘 역시 스스로 물러나게 되는데, 그 이후에도 덕만공주는 아이를 잉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선덕여왕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 진평왕의 아버지인 동륜과 용수의 아버지인 진지왕은 동복형제였으므로 진평왕과 용수는 사촌간이었다. 따라서 천명은 5촌 당숙인 용수와 혼인했던 것인데, 당시 신라왕실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하여튼 앞으로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점점 흥미진진해 져 가는데, 극중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구분할 수 있다면 드라마를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