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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동자료 - 추석의 유래

윤여동 2009. 9. 28. 07:36

윤여동자료 - 추석의 유래

 

 

  역사적으로 음력 8월 15일 즉 추석(한가위)에 관한 기록은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처음 나타나는데, 그때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명절은 아니었던 듯하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3대 유리이사금 9년(A.D.32) 조를 보면,

  “왕이 이미 6부를 정했는데, 그 가운데를 나누어, 왕의 두 딸을 시켜 각각 부내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하여 편을 갈라 가을 7월 16일부터 날마다 아침 일찍부터 넓은 부의 뜰에 모여 베짜기를 하고 밤늦게 파하게 했다.

  8월 15일에 이르러 실적이 많고 적은 것을 비교하여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서 이긴 편에게 대접했다.

  노래와 춤과 온갖 오락이 다 벌어졌으니 이것을 가배(嘉俳)라 했다.

  이때 진편에서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면서 탄식하는 소리로 “회소(會蘇), 회소(會蘇)”라고 소리친다.

  그 소리가 애처롭고 청아하여 후일 사람들이 이 소리에 따라 노래를 짓고 이름을 회소곡이라 했다.”

  라고 기록되어 있어 신라초기 음력 8월 15일에 이러한 베짜기 행사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기록 속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농경을 주로 했을 옛날 신라초기에 농사일로부터 한가해진 7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의 한달 간은 부녀자들이 베짜기를 주로 하는 시기였음을 알 수 있고, 그리하여 이때 왕은 경쟁심을 유도하기 위해 편을 나누어 베짜기 시합을 하게 하고, 진편이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모든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먹고, 마시고, 춤추고 놀았다고 하는데, 이때 신라에서는 전국이 모두 이와 같은 행사를 했을 것이다.

  기록 속에 “가배” “회소” 등의 단어가 언급되고 있는데, 지금 그 정확한 의미는 잘 알 수 없지만, 嘉俳(가배)라는 말은 ‘아름다울가’ 자와 ‘광대배’ 자이니 그때 화장을 한 예쁜 광대도 불러 그 놀음을 즐겼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고,  會蘇(회소)는 ‘모을회’ 자와 “되살아날소‘ 자이니 올해에는 시합에서 졌지만 내년에는 힘을 합쳐 이겨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수서 신라전을 보면,

  “8월 15일에는 풍악을 울리며, 관인들로 하여금 활쏘기 시합을 시켜 상품으로서 말과 베를 준다”고 기록되어 있고, 북사 신라전에도 동일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구당서에는,

  “원일(정월 초하루 설날)을 중히 여겨 서로 경하하고 연회를 베푸는데, 해마다 이날에는 일신과 월신에게 절을 한다. 또 8월 15일을 중히 여겨 풍악을 울리고 연회를 베풀며 여러 신하들을 모아 궁정에서 활쏘기 시합을 한다”고 기록하고 있으니 설날과 추석은 신라의 고유한 명절이 풍습을 약간 달리하여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 승려 엔닌(圓仁)이 지은 “입당구법순례행기”를 보면,    

 “신라 사람들은 음력 8월 15일에 떡과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먹고 가무를 즐긴다. 이는 중국에 없는 풍속이다.” “신라 노인이 말하기를. ‘수백년 전에 발해와 전쟁을 하였는데 승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라고 기록하고 있어 8월 15일이 발해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승전기념일이라는 엉뚱한 기록이 들어 있는데,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신라 노인이 말해 주었다는 승전기념일이라는 말은 얼토당토 않다.

  왜냐하면 삼국사기 신라본기 성덕왕 32년(A.D.733) 조에,

  “가을 7월 발해말갈이 바다를 건너 등주를 침범하므로 당 현종이 태복원외경 김사란을 귀국시켜 보내면서 왕에게 작위를 더해 주어 ‘개부 의동삼사 영해군사’를 삼고 군사를 내어 말갈남쪽 지방을 치게 하였다. 때마침 큰 눈이 한길도 넘게 내려 산길이 막히고 죽는 군졸들이 절반이 넘어 아무 전공이 없이 돌아왔다” 라는 기록만 전하고 있고, 8월 15일에 발해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기록은 전하지 않는다.

  신라에서 국가적인 명절이 될 수 있을 만큼 대승했다면 당연히 기록에 남아야 했을 것인데 그러한 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고, 또 8월 15일은 발해가 건국되기 훨씬 이전인 아주 먼 옛날부터 신라 사람들이 즐기던 명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신라노인이 엔닌에게 잘못 말해 준 것이 틀림없다고 할 수 있으나 혹시 옛날 고구려와의 어떤 전쟁에서 승리한 날이 우연하게도 8월 15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신라 사람들이 아주 먼 옛날부터 베짜기 시합을 하고 즐기던 8월 15일이 후세에 이르러서는 떡과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으며 활쏘기 시합도 하고, 춤추고 즐기는 날로 풍습이 변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엔닌이 장보고가 세운 적산법화원(필자주 : 이 적산법화원과 가까운 곳에 청해진이 위치했던 것으로 생각된다)에 머물던 당시 신라 사람들도 그러한 풍습을 따랐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풍습이 온 중국으로 전파되어 지금은 중국도 음력 8월 15일을 커다란 명절로 즐기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추석명절의 원류는 우리의 신라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음력 8월 15일을 추석, 한가위라 하면서 조상의 산소에 난 풀을 잘라 묘를 가꾸고, 일찍 수확한 햅쌀로 빚은 송편과 햇과일로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며, 객지에 나가 직장생활하는 자식들이 고향에 와서 부모님들을 뵙는 날이 되어 있는데, 좋은 풍습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추석에는 풍년 든 황금들판을 지나 오래 못 가본 조상의 산소에 가서 성묘도 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일가친척도 만나보는 즐거운 날이 된다면 의미 있는 하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