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동시사 – 윤미향 사태를 보며 병자호란 때의 환향녀를 떠올린다
일본군 종군위안부 출신 할머니가 윤미향을 비판하며 벌어진 정의기억연대 사태가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데, 필자는 이러한 사태를 보면서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환향녀가 생각났다.
나라가 힘이 약하여 청나라에 짓밟혀 왕은 청 태종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항복해야 했고, 여인들은 포로로 잡혀가야 했다.
만리타향에서 온갖 수모를 겪으며 고생고생 하다가 모진 목숨 끊지 못하고, 고국이라고 돌아왔더니 환향녀라고 멸시하며 손가락질 해대고, 가족들마저도 집에 들이지도 않았고, 양반들은 자결을 강요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오갈 데가 없어진 환향녀들은 강물에 몸을 던지거나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또한 힘이 약하여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일본군에 백성들이 강제로 끌려가야 했다면 누구의 잘못인가?
당시 정치를 잘못하여 나라를 빼앗긴 위정자들의 죄가 아니겠는가?
힘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살다가 강제로 끌려가 억지로 종군위안부 노릇을 할 수 밖에 없었을 애꿎은 여인들에게 왜 돌을 던져야 할까?
강제로 끌려간 여인 누군들 악마처럼 보였을 일본군의 종군위안부 생활을 하고 싶었겠는가?
[혹시 그러한 사실을 알고도 자발적으로 간 여인이 있다면야 그것은 논외이다]
옛날 환향녀처럼 역시 모진 목숨 끊지 못하고 이국만리 타국에서 온갖 수모를 견디며 고생고생 끝에 간신히 살아 돌아온 그녀들은 어디에서도 그러한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혹시 누가 알까 쉬쉬하며 노심초사했을테니 그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겠는가?
앞서 그녀들을 포근하게 감싸 보듬어 준 사람이 있기는 했었는가?
설령 어설프게 위로해 준들 그 원통함, 그 설움이 어찌 다 풀릴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윤미향은 그러한 그녀들의 권익을 위하여 노력한 공은 있다. 이제와서 보니 그것이 정말로 순수한 마음이었는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요단강이나 갠지스강 처럼, 환향녀들에게 서울 홍제천에서 목욕하면 과거를 모두 지워주겠다는 조선 왕도 있었다지만 종군위안부들의 실질적인 권익을 신장시켰고,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렸다면 그 공은 평가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종군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권익신장과 만년의 편안한 생활을 위하여 써 달라고 보내준 기부금을 명쾌하게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애초에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매사를 분명하게 했어야 했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출세의 도구로 이용만 한 것이 아니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돈 나오는 도깨비방망이 정도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하여 사회운동을 하려했다면,
그녀들을 더욱 잘 섬기고 대했어야 했다고 생각된다.
평소에 그녀들을 무시했거나, 쌀쌀하게 대했거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지금 그 서운함이 너무 커진 것이 아니겠는가?
이미 사태는 터질 정도로 부풀어 올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영부영 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듯하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단순하게 “내 말을 믿어주세요. 나는 공금 한 푼도 손대지 않았어요”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모두를 공개하면 된다.
공금 유용이나 횡령이 없다면,
기부금통장과 사용내역을 밝히면 된다.
그리하면 모든 것이 명명백백해질 것이고, 조용해질 것이다.
모든 증빙서류가 다 있다면서 왜 머뭇거리는 것인가?
조금이라도 찔리는 데가 있으면 일찌감치 국회의원 사퇴하고 말없이 물러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