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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동자료 - 고운 최치원의 토황소격문(격황소서) 번역문

윤여동 2008. 10. 9. 15:17

윤여동자료 - 천하명문으로 알려진 최치원의 토황소격문(檄黃巢書)

 

           [고운 최치원선생 초상]

 

  신라 헌강왕(재위: 875-886) 때 당나라에서 황소의 난이 일어났다.
  이때 중국에 유학을 가서 과거에 급제해 벼슬에 나아가 있던 신라 사람 최치원은 그 토벌총사령관 고변의 휘하에 종군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고변은 이때 최치원으로 하여금 황소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격문을 짓도록 하였는데, 이 격문이 바로 천하명문으로 알려진 "토황소격문(檄黃巢書)"이다.
  황소가 이 격문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주저앉았다는 일화가 전할만큼 뛰어난 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학창시절 토황소격문이 신라 사람 고운 최치원이 지었고, 천하 명문이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정말로 그 내용이 어떠했는지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의 시문집인 "계원필경(桂苑筆耕)"에 실려 전하고 있는 격문의 내용을 읽어보자.

 

     

  토황소격문(檄黃巢書)

 

  광명 2년(A.D.881) 7월 8일에, 제도도통검교태위(諸道都統檢校太尉) 아무는 황소(黃巢)에게 고하노라.
  무릇 바른 것을 지키고자 항상 수행하는 것을 도(道)라 하고, 위기에 임하여 제도를 변경하는 것을 권
(權)이라 한다.   지혜로운 자는 시절에 순응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스름으로써 실패하게 되는 법이다.
  그러한 즉 비록 일평생이 하늘에 달려 있어 죽고 사는 시기를 알기 어렵지만 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잘못된 것을 알려 주겠노라. 
  지금 나는 임금의 군대로 전투 없이 평정코자 하는데, 이는 임금의 정치는 은혜를 베푸는 것이 먼저요, 주살하는 것은 뒤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항복을 하지 않는다면 장차 상경을 수복하고 임금의 명을 받들어 간사한 음모를 기어코 분쇄하고야 말 것이다. 
  너는 본시 먼 시골 백성으로 우연히 도적이 되어, 시류에 휩쓸려 감히 세상을 어지럽게 하였고, 불칙한 마음을 품고 임금자리를 엿보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죄는 하늘에 닿을 만큼 극에 달하였고 반드시 멸망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아, 요순 때로부터 내려오면서 묘(苗)나 호(扈) 따위가 복종하지 아니하였으니, 양심 없는 무뢰한 무리와 의롭지 않고 충성하지 않는 너 같은 무리가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느냐?
  먼 옛적에 유요(劉曜)와 왕돈(王敦)이 진나라를 엿보았고, 가까운 시대에는 안록산과 주자가 온 나라를 개가 짖듯 시끄럽게 하였다.
  그들이 한 때는 강병을 거느리고 있는 듯이 우쭐대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떠벌리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으나 결국은 안개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잠깐동안 못된 짓을 하다가 결국에는 더러운 무리들은 섬멸되고 말았다. 
  햇빛이 활짝 비치니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으며, 하늘의 그물이 높이 벌여져 있으니 반드시 흉한 족속들은 제거되고 마는 법이다.
  하물며 너는 평민의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밭고랑 사이에서 일어났다.
  불지르고 겁탈하는 것을 좋은 일이라 하며, 살상하는 것을 급한 임무로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를 지었고, 죄를 용서해 주려해도 착한 일을 조금도 한 일이 없다. 그래서 천하 사람들이 모두 너를 죽이려고 생각 할 뿐만 아니라, 땅 속에 있는 귀신들까지도 남몰래 너를 베어 죽이려고 논의하고 있을 것이다.
  무릇 잠깐동안 숨이 붙어 있다고 해도 이미 정신이 혼미하고 넋은 빠지고 말 것이다.   사람의 일이란 스스로 자신을 아는 것이 제일이다.
  내가 헛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모름지기 새겨 들으라.
  요즈음 나라에서 많은 덕을 베풀어 더러운 것도 받아들이고, 두터운 은혜를 베풀어 잘못을 따지지 않고 덮어 주었으며, 너를 장령으로 임명하고 지방병권을 주었었다.
  그런데 너는 오히려 짐승과 같은 독심만을 품고 올빼미의 소리를 내면서, 걸핏하면 사람을 물어뜯고 툭하면 주인을 보고 짖어대었다.
  스스로 임금의 덕화를 등졌고 군사는 궁궐에까지 몰려들어 공후들은 위험한 길을 무릅쓰고 달아나야 했고 임금의 행차는 먼 지방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래도 너는 옳은 길로 돌아올 줄을 모르고, 모질고 흉악한 짓만 더 했다.
  그런데도 임금께서는 은혜를 베풀어 네 죄를 용서하였는데, 너는 나라의 은혜를 저버렸다.
  반드시 죽을 날이 멀지 않았으니,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주나라 솥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 궁궐을 어찌 너 같은 자가 넘볼 것이겠느냐? 너는 도대체 앞으로 어찌 할 셈이냐?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노자가 도덕경에 이르기를, "회오리바람은 하루 아침을 가지 못하는 것이요, 소낙비는 하루 동안을 내리지 못한다." 하였으니, 하늘의 일도 오래 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의 일이겠느냐?
  또 듣지 못하였느냐?
  춘추좌전에 이르기를, "하늘이 잠깐 나쁜 자를 도와주는 것은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흉악함을 더하게 하여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 하였노라. 
  이제 너는 간사한 것을 감추고 사나운 것을 숨겨서 악이 쌓이고 재앙이 가득한데도, 위험한 것을 스스로 편하게 여기고 미혹하여 뉘우칠 줄을 모르는 구나.
  옛말에 "제비가 장막 위에다 집을 지어놓으면 곧 허물어지게 되고, 물고기가 솥 속에서 노니면 곧 삶아지게 될 것이다" 하였다. 
  내가 웅장한 전략을 가지고 군대를 모았더니, 날랜 장수가 구름같이 날아들고 용맹스런 군사들은 비 오듯 모여들었다.
  그래서 높고 큰 깃발은 초나라 요새의 바람을 에워샀고 군함은 오나라 강의 물결을 막아 끊었다.
  이곳에는 진나라 도태위 같은 장수가 있어 적을 쳐부수는데 날래고, 수나라 양소와 같은 병법가도 있는데 법을 엄숙하게 시행하여 신이라 일컫는다.
  이들은 널리 팔방을 돌아보고 거침없이 만 리를 오간다.
  그러니 너희들을 무찌르는 것은 활활 타는 불이 기러기 털을 태우는 것과 같고, 태산을 높이 들어 참새 알을 눌러 깨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뿐만 아니라 서풍이 불어 초목을 모두 말려 죽여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 이슬은 답답한 기운을 상쾌하게 하여 준다.
  파도도 일지 않고 도로도 통하였으니, 석두성에서 배에 매어놓은 줄을 풀매 손권이 뒤에서 호위하고, 현산에 돛을 내리니 두예가 앞장선다.
  열흘이나 한 달이면 반드시 경도를 수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임을 싫어하는 것은 상제의 깊으신 인자함이요, 법을 굽혀서라도 은혜를 펴려고 하는 것은 큰 조정의 어진 제도이다.
  나라의 도적을 토벌하는 이는 사사로운 분함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오, 어두운 길에서 헤매는 자를 일깨우는 데는 진실로 바른 말을 해주어야 한다.
  나의 한 장 편지로 너의 거꾸로 매달린 듯한 다급한 것을 풀어 주려는 것이니, 고집하지 말고 일의 기회를 잘 알아서 스스로 계책을 잘하여 잘못된 일을 고치라
  만일 땅을 나누어 봉함을 받고 가문을 계승하며 몸과 머리가 동강나는 것을 면하고, 공명을 얻으려 한다면, 주변에 있는 벗의 신임을 잃지 않아야 그 영화로움을 후손에까지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아녀자의 알 바가 아니라, 실로 대장부의 일인 것이다.
  일찍이 의심하지 말고 회답할지어다.
  나는 하늘의 명을 받고 있고, 믿음은 강물에 맹세하여 반드시 말이 떨어지면 그대로 하는 것이요, 원망만 깊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미쳐 날뛰는 도당에 이끌리어 취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사마귀가 수레바퀴에 항거하듯 융통성 없게 행동한다면, 그때는 곰을 잡고 표범을 잡는 군사로 단번에 없애 버릴 것이니, 까마귀가 솔개에게 덤비듯 하던 무리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치고 말 것이다.
  몸은 날카로운 도끼에 찍혀 토막이 날 것이오, 뼈는 가루가 되어 전차 밑에 깔리게 되며, 처자도 잡혀 죽으려니와 종족들도 모두 베임을 당하고 말 것이다.
  동탁의 배를 불로 태울 때에 이르러서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너는 모름지기 나아갈 것인가 물러날 것인가를 잘 헤아리고, 잘된 일인가 잘못 된 일인가를 분별하라.  배반하여 멸망을 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귀순하여 영화롭게 되는 것이 낫고, 그러면 소망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장사들에게 함께 투항할 것을 권유할 것이오,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으로 여우처럼 의심만 하지 말지라.

 

 

 檄黃巢書

 廣明二年七月八日 諸道都統檢校太尉某官 告黃巢

夫守正修常曰道臨危制變曰權 智者成之於順時 愚者敗之於逆理 然則雖百年繫命 生死難期 而萬事主心 是非可辨 今我以王師則有征無戰 軍政則先惠後誅 將期剋復上京 固且敷陳大信 敬承嘉諭 用戢奸謀 且汝素是遐甿 驟爲勍敵 偶因乘勢 輒敢亂常 遂乃包藏禍心 竊弄神器 侵凌城闕 穢黷宮闈 旣當罪極滔天 必見敗深遁地 噫 唐虞已降 苗扈弗賓 無良無賴之徒 不義不忠之輩 爾曹所作 何代而無 遠則有劉曜王敦覬覦晉室 近則有祿山朱吠噪皇家 彼皆或手握强兵 或身居重任叱叱則雷奔電走 喧呼則霧塞烟橫 然猶暫逞奸圖 終殲醜類 日輪闊輾 豈縱妖氛 天綱高懸 必除凶族 況汝出自閭閻之末 起於隴畝之間以焚劫爲良謀 以殺傷爲急務 有大可以擢髮 無小善可以贖身 不唯天下之人皆思顯戮 仰亦地中之鬼已議陰誅 縱饒假氣遊魂 早合亡神奪魄 凡爲人事 莫若自知 吾不妄言 汝須審聽 比者我國家德深含垢 恩重棄瑕 授爾節旄 寄爾方鎭 爾猶自懷鴆毒 不斂梟聲 動則齧人 行唯吠主 乃至身負玄化 兵纏紫微 公侯犇竄危途 警蹕則巡遊遠地 不能早歸德義 但養頑凶 斯則聖上於汝有赦罪之恩 汝則於國有辜恩之罪 必當死亡無日 何不畏懼于天 況周鼎非發問之端 漢宮豈偸安之所 不知爾意終欲奚爲 汝不聽乎 道德經云 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又不聽乎 春秋傳曰 天之假助不善 非祚之也 厚其凶惡而降之罰 公汝藏奸匿暴 惡積禍盈 危以自安迷以不復 所謂燕巢幕上 漫恣騫飛 魚戲鼎中 卽看燋爛 我緝熙雄略糺合諸軍 猛將雲飛 勇士雨集 高旌大旆 圍將楚塞之風 戰艦樓船 塞斷吳江之浪 陶太尉銳於破敵 楊司空嚴可稱神 旁眺八維 橫行萬里 旣謂廣張烈火 爇彼鴻毛 何殊高擧泰山 壓其鳥卵 卽日金神御節水伯迎師 商風助肅殺之威 晨露滌昏煩之氣 波濤旣息 道路卽通 當解纜於石頭 孫權後殿 佇落帆於峴首 杜預前驅 收復京都 剋期旬朔但以好生惡殺 上帝深仁 屈法申恩 大朝令典 討官賊者不懷私忿 諭迷途者固在直言 飛吾折簡之詞 解爾倒懸之急 汝其無成膠柱 早學見機 善自爲謀 過而能改 若願分茅列土 開國承家 免身首之橫分 得功名之卓立 無取信於面友 可傳榮於耳孫 此非兒女子所知 實乃大丈夫之事 早須相報 無用見疑 我命戴皇天 信資白水 必須言發響應 不可恩多怨深 或若狂走所牽 酣眠未寤 猶將拒轍 固欲守株 則乃批熊拉豹之師 一麾撲滅 烏合鴟張之衆 四散分飛 身爲齊斧之膏 骨作戎車之粉 妻兒被戮 宗族見誅 想當燃腹之時 必恐噬臍不及 爾須酌量進退 分別否臧 與其叛而滅亡 曷若順而榮貴 但所望者 必能致之 勉尋壯士之規 立期豹變 無執愚夫之慮 坐守狐疑 某告